누구를 위한 박물관인가..누구를 위한 박물관인가..
Posted at 2011/02/09 17:22 | Posted in museum odyssey지난 2일 이명박대통령이 '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을 관람한 것을 기념해 메인페이지를 이렇게 바꾼 것이다.
이전 같으면 보고 싶은 정보를 찾아 바로 다른 메뉴로 들어갔을텐데, 때마침 아는 후배가 메신저로 말을 걸며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를 봤느냐 했다.
가만히 살펴보니, 메인 화면의 프레임은 고정된채, 이 대통령의 박물관 관람 사진만 10여장이 슬라이드로 돌아갔다. (아래 사진 참조)
누구를 위한 박물관인가, 소리가 절로 나왔다.
대통령 동정은 종종 화제성으로 보도되곤 한다. 이런 아이템을 취사선택하는 것은 해당 언론사의 몫이다. 그러나 언필칭 한 나라의 정체성을 대표한다는 나라의 으뜸박물관에서 이렇게 대통령이 관람왔다고 호들갑을 떠는 모양새는 이례적이거니와, 보기에 좋아보이지도 않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MB의 사립박물관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민을 위한, 국민의 박물관이다. 하루 2만여명 이상이 접속하는 박물관 홈페이지 첫 화면은, 내국인만 보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 동정을 보여주는 이런 식의 슬라이드쇼는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보여주면 된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도 동정을 알리는 별도의 게시판이 있다.
왜, 국립중앙박물관까지 나서서 박물관의 격을 떨어뜨리며 이런 식의 대통령 동정을 알리는데 귀한 자원을 쓰는가.
MB의 국립중앙박물관 방문 당시, 대통령 옆을 내내 지키며 수행한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월 8일 문화재청장으로 발령났다. 최광식 신임 문화재청장은 고려대 사학과 출신으로 한국고대사 전공이다.
과거 고려대 박물관장 역임당시 ‘문화예술 최고위과정’을 운영했으며 이 대통령도 이 과정을 수강했다. 최광식 교수는 MB정권이 들어선 직후인 2008년 3월 역사학자로는 처음으로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임명됐다.(그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고고학, 미술사학 전공자들이 역임했다.)
최광식 관장 임명후, 국립중앙박물관의 조직과 전시실 구성이 상당히 바뀌었다. 과거 주제 중심의 고고미술 박물관에서 통사 체제에 따른 역사박물관 중심으로 전시의 틀이 바뀌었다. 특히 고대사를 보여주는 고대사 역사실이 속속 신설됐다.
개관초기부터 고고미술 중심의 중앙박물관 운영에 문제점을 지적하던 최광식 관장은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박물관 전시실을 개편하는데 중점을 두고 실제로 이를 바꿔나간 것이다.
이에 따라 용산박물관 개관 당시 고고관, 역사관, 미술관의 3체제로 운영되던 국립중앙박물관 조직도 지난해 여름 바뀌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조직개편, 전시실 개편에서는 대내외적으로 여러가지 입장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는 다만 팩트를 전달할 뿐이다.)
하나 국립중앙박물관의 여러 변화 가운데 참을 수 없는 것은,
국립중앙박물관이 G20 만찬장소로 쓰이면서 끊임없이 G20을 기념하고 홍보해왔다는 것이다.
G20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은 2일간 일반 관객을 받지않아 원성을 샀다.(이를 무마하기 위해 만찬이전, 매주 문을 닫는 월요일에 특별히 일반에 박물관을 개방했다).
국보급 유물을 배경으로 진행된 회의와 화려한 연회는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후에는 G20만찬장을 특.별.히 열흘간 "원형 그대로" 유지했다.
일반인에게 “우리 역사에서 처음있는 대규모 국제 행사인 서울 G20 정상회의가 어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최광식 전 관장)이라는 미명하에 말이다. (다음보도자료 참조)
세계 각국의 정상들을 맞이하였던 으뜸홀과 정상들의 회의가 열렸던 특별전시실을 오는 11월 21일까지 원형 그대로 유지하여 일반인들이 체험하고 또 관람할 수 있도록 한다.
(후략) 원문참조
한쪽에서는 G20포스터에 그래피티를 그렸다고 기소를 당했는데, 한쪽에서는 이렇게 그것도 국립중앙박물관이 나서서 곳곳에 G20의 흔적을 새겨놓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G20정상회의 진행 과정과 당시 세계정상들에게 선보인 명품을 선정해 이를 기념해 무려 "의.궤"를 만들었다. (다음 보도자료참조)
G20 서울 정상회의 첫날 인 11월 11일 오후 6시부터 환영리셉션과 업무만찬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되었고, 세계 정상급 인사 33명이 박물관을 방문하여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이번 G20 행사의 역사적 의미를 널리 알리고 그 동안의 행사 준비 및 진행 과정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관련 내용과 사진들을 정리하여 의궤로 만들었다. 의궤에는 박물관의 소장유물 중 환영리셉션 장소의 반가사유상을 비롯한 명품유물 전시, 정상 업무만찬장의 황남대총 출토유물과 오리모양토기 전시, G20 업무만찬 관련 장소 선정 과정 및 준비 현황, 사후 활용 계획, 국내외 언론보도 내용 등이 수록되어 있다. (원문참조)
의궤라니... 행사의 종합보고서라는 의미에서 갖다 쓴 건 알겠지만, 다른 숱한 말이 많은데 조선왕실의 기록문화를 대표하는 의궤를 이렇게 함부로 갖다붙여 써도 되는것일까?
그렇다면 이전에는 왜 이런식의 기념보고서에 '의궤'1라 붙이지 않았을까. 더구나 국립중앙박물관이니, 의궤의 의미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더 신중했어야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G20 우려먹기는 계속된다.
최광식 전 관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박물관에서 읽는 우리시대 문화 이야기"의 강연자로 나서서 "고려불화대전과 G20 정상회의"를 주제로 내세웠다.
이 행사 보도자료에는 "G20 행사 개최는 21세기 박물관이 지향하여야 할 문화 소통의 장으로서 박물관 기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겠다. 따라서 이번 강연회는 기획전과 G20 행사 개최의 배경과 경과 및 의의와 성과를 청중들에게 소개하고, 박물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자 마련됐다."고 되어있다.
지난해까지 <인문학 토요멱사특강>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던 매월 넷째주 토요일에 무료공개로 진행하는 특강도 <인문학, 함께 공감하다-국립중앙박물관 토요 연강連講>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G20을 우려먹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유물을 엄선해 보여주는 강좌인데, “G20 세계정상과 함께한 국립중앙박물관” 이라는 부제를 덧붙였다.
언제부터 우리 유물을 일반에게 알리는데 G20 과 같은 국제적 권위(?)의 행사를 빌려서 홍보해온걸까. 국립중앙박물관은, 국제적 권위가 없으면 우리 유물의 가치를 설명할 수 없는 건가? 대단한 문화적 권위를 가진 행사도 아닌 G20을 이렇게 국립중앙박물관이 계속해서 기념해야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박물관이 문화소통의 장으로 기능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박물관은 현재와 소통하되, 과거를 보존하고 전시하고 교육하는 곳이다. 과거를 보존/전시하기에, 기본적으로 박물관은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런 공간이 지금과 같은 정치이미지쇼에 동원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박물관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박물관을 아끼는 이로서, 사실 최근 몇년간 국립중앙박물관의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사실 아쉬움도 많다.
그러니, 말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이라면, 제발 적어도 그 위상에 걸맞게 연구와 교육과, 전시 행사에 집중해달라. 그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라.
*최광식 전 관장의 후임으로, 서울대 김영나 교수(서양미술사 전공)가 9일 오전 새 박물관장으로 취임했다.
9일 오후, 박물관 메인페이지는 살짝 바뀌었다. 다른 특별전 포스터이미지 4장과, 2월 2일 MB 방문당시 촬영한 스틸 사진 4장으로 구성된 슬라이드쇼였다.
10일 오후 현재는, MB 방문 스틸 사진이 빠지고 전시포스터 슬라이드로 원상복귀됐다.
*화면캡처 협조: csi
- (엄밀히 말하면, 의궤는 행사의 사후보고서가 아니라 사전 시뮬레이션을 위해 만들어진 배치도 성격의 기록물이다. 이렇게 저렇게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의궤를 만들 때는 상당수의 인력이 동원되기에 의궤도감이라는 기관을 따로 설치해 의궤를 만들고, 제작이 완료되고 나면 폐지하는 식으로 운영했다. **정정합니다. :제가 의궤에 대해 설명드린 부분은 의궤 반차도 부분입니다. 의궤는 행사의 종합보고서가 맞고요. 이미지를 제외한 기록의 경우 이러저러하게 진행했다는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나 일반에 흔히 보여지는 반차도, 행렬도의 경우 미술사학계에서는 사전 시뮬레이션을 위해 그려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본문으로]
'museum odyssey'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누구를 위한 박물관인가 (13) | 2011/02/11 |
|---|---|
| 누구를 위한 박물관인가.. (13) | 2011/02/09 |
| 어느 봄날의 정경-청명상하도 이야기 (6) | 2011/01/31 |
| 2011.1.16 [국립중앙박물관] 명청회화전 맛보기 (2) | 2011/01/31 |
| 2010.10.9 백제역사문화단지 - 1500여년전 백제 왕궁의 재현 (0) | 2010/11/04 |
| 2010.8.20 모처럼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관람 (0) | 2010/08/27 |
| 2010.8.18 다시 찾은 국립경주박물관 (0) | 2010/08/20 |
| 2006.9.16 국립경주박물관 앞마당의 네잎클로버 (0) | 2006/09/17 |
| 2005.9.13 국립중앙박물관 중앙아시아실을 다녀오다 (2) | 2005/09/13 |

박물관 유물을 외국 정상을 위한 인테리어로 생각하는 정권. 에휴
가끔은.. '코디가 안티'라는 말처럼, 보좌진들이 고도의 안티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해요.
통상 이뤄질 수 있는 박물관 관람을 저런 식으로 홈피에 벌려놓으니, 더 회자되고. mb는 더 웃겨지고.
정운찬 전 총리 때도 그랬지만, 이들을 보좌한다는 이들, 나름 잘 해주려고 하는데.. 이게 일단 시대착오적이고, 자꾸 엇나가고..증말 보좌관들이 고도의 안티가 아닌가 싶다니까..
작년에 나이지리아 출장가려고 '주 나이지리아 한국대사관' 홈피 들어가보니 온통 엠비 소식들 뿐이더라는...
행사, 각종 공사 등 전후 전 과정을 기록한 기록물입니다.
실제 의궤를 보면 벽돌 몇장, 식대 얼마, 동원인원 몇명, 반찬은 무엇인지 기록되어있습니다.
사전 시뮬레이션을 위한 기록이라면 저런게 기록될 수가 없겠죠?
할튼 시물레이션을 위한 배치도는 아닙니다..
의궤 내에 그려진 반차도의 경우는, 사후 그려졌다기 보다 시뮬레이션을 위한 배치도로서 그려진 것으로 보는게 적절하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이번 건은 박물관에 대한 애정과는 별개의 문제로 분리시켜 봐야하지 않을까요.
저 역시 제발 사람들이 좀 박물관에 더 관심을 가져주고, 이것저것 더 요구하고 주문하고, 그 모든 걸 누리고, 자국의 문화에 대해 알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에구 고려장은 왜 없어졌나 몰라!
저런 쓰레기 늙은이들 없어져야
젊은 애들 일자리 늘어날텐데! 쯔 쯔~~